“비행청소년은 부모가 만든다”

 

베스트셀러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남아’의 저자이자 ‘비행 청소년의 대모’로 불리는 오히라 미쓰요(36) 변호사는 “오늘도 새벽 3시 반에 일어나 영어 공부를 하고 아침밥을 지어 어머니와 함께 먹은 뒤 출근했다”고 말했다. 그의 수면시간은 하루 4시간을 넘기지 않는다.

가출, 자살 미수에서 호스티스까지 전락했던 밑바닥 인생에서 극적으로 탈출, 부와 명예가 보장되는 변호사가 된 지 5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매일 아침 2시간씩 외국어 공부를 하며 혹독한 자기 채찍질을 늦추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그는 한국어, 중국어, 말레이지아어를 하나씩 정복해왔다. 그에겐 최근 기분좋은 일이 하나 있었다. 자신이 돌봐주던 등교 거부 여중생이 통역이 되려는 꿈을 안고 영국에 유학갔는데 며칠 전 잘 정착했다는 이메일이 왔다. “이곳에는 일본처럼 이지메(집단 괴롭힘)도 없고, 영국인 친구도 생겼다”는 소식에 그는 모처럼 활짝 웃을수 있었다.

“하지만 비행 청소년이 정상적 생활로 돌아가는 경우는 대단히 드물어요. 소년범죄, 원조교제에서 등교 거부까지, 그동안 내가 돌봐준 아이들이 수백 명은 됩니다만, 10명 중 9명꼴은 실패하고 또 다시 탈선을 저지르곤 하죠.”

재생에 성공하는 아이들과 실패하는 아이들.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비행 청소년 선도에 인생을 바쳐온 오히라 변호사는 “그들의 운명을 가르는 것은 결국 부모”라고 잘라 말한다. 부모와 가정이 마음의 안식처를 제공하지 못하는 한 비행아들은 다시금 거리로 뛰쳐나간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어느날 갑자기 비행을 저지르는 경우는 없습니다. 반드시 오래 전부터 무언의 SOS 구조신호를 발신합니다. ‘흔들리는 나를 붙잡아 주세요’하고 말이죠. 단지 부모와 주변에서 알아차리지 못할 뿐입니다.”

아이들에게 최후의 도피처이자 무조건적인 이해자가 돼 줄 것, 좋은 아이가 되라고 강요하지 말 것…. 실제 체험에 바탕한 특유의 교육론을 묶어 그는 이달 초 ‘당신은 혼자가 아니야’라는 두 번째 저서를 냈고, 이 책 역시 일본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며 베스트셀러가 됐다.

“아이들은 부모의 따뜻한 말 한마디를 갈망합니다. 아이가 ‘이지메’로 시달린다면 ‘힘들었지?’라고 하면서 껴안아 주세요. ‘당하지만 말고 반격해라’는 식은 금물입니다.”

그의 ‘체험 교육론’에 따르면 아이들을 비행에서 구하는 최후의 보루는 가정이다. 아이들에게 “온 세상이 나를 적대시해도 엄마만은 내 편”이라는 생각을 갖도록 한다면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지극히 당연한 얘기이나 모르는 부모들이 의외로 많다고 그는 전했다. “나 자신을 위해 돈을 벌 생각은 없습니다. 물론 마음에 상처를 입은 아이들, 있을 곳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아이들을 위해 쓸 돈은 많을수록 좋겠지요.”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남아’는 일본에서만 200만부가 팔리는 공전의 히트를 쳤고, 4개국어로 번역돼 엄청난 인세수입을 올렸다. 하지만 이곳저곳에 다 기부하고 수중에 남긴 것은 한 푼도 없다. 14년 전 호스티스 생활을 청산할 때 양부가 사준 중학생용 책상을 지금껏 쓰고 있다.

좋아하는 가수는 조성모. 그의 ‘더 웨이(The Way)’는 한국말로 부를 줄 안다. 사무실에선 조용필 노래만 듣는다며 조용필의 CD 4장을 꺼내와 보여주었다. “내가 불량소녀이던 시절 누가 구원의 손을 내밀어 주었으면 하고 애타게 바랬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죠. 청소년 탈선은 가정과 부모가 책임져야 할 문제입니다.” 그는 오사카 사투리가 섞인 가냘픈 목소리로 “마음에 상처를 입은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죽을 때까지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 부모가 마음에 새겨야 할 10개조

① 착한 아이가 되라고 강요하지 말라 ② 부모의 체면 대신 자녀 입장에서 생각하라 ③ 최후의 안식처가 돼주라 ④ 무언의 구조 신호를 놓치지 말라 ⑤ 무조건 자녀를 믿어라 ⑥ 아이들 편이 돼라 ⑦ 잘못은 근본부터 고쳐라 ⑧ 희망을 제시하라 ⑨ 초조해 하지 말라 ⑩ 혼자서 고민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