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열등의식과 대인관계

어느 집을 막론하고 부모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자녀 문제이다. 초등학생부터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할 것 없이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겉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실제 속을 들여다보면 그와는 정반대로 자녀와의 관계가 너무 힘들어 어찌할 수 없는 안타까움 속에 허덕이는 부모가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평상시 아이에게 비쳐질 자기 모습을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부모는 그리 많지 않다. 자기 행동이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행동한다. 특히 집안에서 하는 행동과 집밖에서 하는 행동이 근본적으로 다른 경우가 많다. 다른 아이들을 대할 때는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자라는 것이 아이들이라며 집밖에서는 참으로 관대한 모습을 보이던 부모가 정작 자기 자녀에 대해서는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엄격한 부모가 된다면, 이런 이중적인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상당한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집안에서 자신을 대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다가 집밖에서 다른 사람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 과연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게 된다.
일관성 없는 부모의 행동은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미친다. 그 속에서 아이들은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솔직한 감정표현보다 부정과 거부 또는 왜곡하는 방법을 무의식적으로 배우게 되고, 때와 장소에 따라 싫어도 좋은 척, 좋아도 좋지 않은 척하며 상대방의 기분에 거슬리지 않도록 처신해야 한다고 느끼게 된다. 아이를 대할 때 집밖에서 다른 사람이나 다른 아이들을 대할 때처럼 한다면 문제의 태반이 저절로 사라질 것이다. 심한 욕설이나 과격한 행동으로 아이를 체벌하려고도 하지 않을 것이며, 이런저런 것들을 하지 말라고 금지하는 대신 해도 좋다고 허용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다. 부모의 언행은 아이의 무의식속에 고스란히 저장되었다가 나중에 자기도 모르게 행동으로 표현된다. 특히 공격적이고 우발적인 행동들은 아이들에게 깊은 심리적 상처를 주고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쉽다. 그러기에 부모가 자신의 심리적이거나 정신적인 문제행동을 표출하지 않도록 미리 알고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중적인 대인관계 형성의 원인
부모의 이중적인 행동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대인관계에서 깊은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처음 몇 번 만날 때는 상대방을 위해 자기의 모든 것을 희생해서라도 도와주려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다가 자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돌변하기도 한다. 자신의 감정을 철저하게 숨기면서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지 않도록 하는 다중감정 처리에 능숙하고, 가식적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당연한 일로 여기며, 대인관계 자체를 자기가 생각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아이들은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당연히 그렇게 이중적으로 행동해야 하며,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않고 감추어야 한다고 무의식적으로 교육을 받고 자란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들은 세상은 자기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고, 자기 또한 세상과 다르다고 하는 왜곡된 편견 속에 빠지기 쉽다.
종종 자기 주변에 친구가 없다는 이유로 친구관계 때문에 무척이나 힘들어 한다. 쉽게 친구를 만나고 그 관계가 한동안 지속되기도 하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 혼자가 되고 만다. 이것은 성장과정에서 희로애락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기 위한 기본적인 훈련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 중 하나이다. 왜곡된 감정표현은 더 많은 대인관계의 문제를 발생시킨다.

실례로, 친구 집에 놀러갔을 때도 “밥 먹었냐”고 물어보면 밥을 먹지 않았음에도 “먹었다”고 선의의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있다. 상대방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마음에서 나온 행동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이것은 자신의 생리적인 현상이나 심리를 속인 것이 된다.
우리는 자신의 의견이나 주장을 펼치는 것을 예의가 없거나 결례가 되는 행동으로 생각해 왔다. 그만큼 자신의 감정을 감추도록 훈련 받아온 것이다. 그러나 지나친 겸손이나 왜곡된 감정표현은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어 상호관계를 악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상대방의 호의를 거부했음에도, 친구 집에 갔더니 밥도 주지 않더라는 식으로 상대방을 비난하며 자신의 왜곡된 행동을 합리화시키려 하는 경우가 자주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이렇게 행동하는 데는 부모의 영향이 크다. 부모는 아이가 자신의 남성적인, 혹은 여성적인 존재를 인정하고 자신에 대한 신뢰를 배우는 중요한 대상이다. 아이가 모방하는 어른의 모델이 일차적으로는 부모이기에 남자아이에게는 아버지를 통해 자연스럽게 남성적인 힘을 긍정적으로 표현하고 받아들이도록 해야 한다. 여자아이는 어머니를 통해 그 역할과 기능을 배우도록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둘의 역할 중 한편의 기능이 상실되거나 약화되어 어머니가 아버지의 역할을 대신한다거나 아버지가 어머니의 역할과 기능을 대신하게 하면 가족관계는 혼동 속에 빠지게 된다. 특히 무능한 부모는 자녀에게 실망감을 유발시키는 사람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열등의식과 자신감 상실의 원인
다른 사람에 비하여 자기가 열등하다고 스스로 믿는 아이들이 있다. 자기를 남들보다 못하거나 무가치한 인간으로 낮추어 평가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열등의식은 마음속으로 이미 스스로에 대한 좌절을 경험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부모의 지나친 기대는 아이들에게 목표의식을 심어주기보다 오히려 아이들이 목표의식 자체를 상실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방향감각을 상실한 채 어디로 들어가서 어디로 나와야 할지조차 모르고 미래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조차 모를 정도로 아무런 목표가 없는 아이에게 꿈이 없다며 다그치게 되면, 극단적일 경우 결국 열등의식의 극치에 도달하여 삶을 포기하게 되는 일까지 벌어진다. 더구나 학교생활에서 다른 친구나 교사로부터 비난이나 꾸지람을 듣게 되면 이보다 더 큰 정신적 고통이 없다.
주의력이 부족하고 욕심이나 장래희망조차 없는 아이를 둔 부모는 도대체 왜 그런가에 대해서 궁금해 할 뿐, 이를 해결하거나 아이를 도와주기 위한 노력을 거의 하지 않는다. 대다수의 부모들은 아이들의 이런 모습을 보고도 별것 아닌 것으로 여긴다. 다행스럽게 2차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 좋겠지만, 자칫 방치했다가는 상황을 악화시키게 된다. 중요한 것은 부모의 적절한 개입시점을 포착하는 일이다. 자녀의 행동에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거나 지나칠 정도로 개입하는 것도 문제지만, 무관심하게 내버려두거나 방치 또는 방임하는 것도 문제다.
평소 아이를 향한 적당한 관심과 아이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심리적 틈새를 남겨두고 대화를 시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정 행동이나 이상 행동에 대해서는 부모가 먼저 다가서기 위한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고 적극적인 아이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없거나 보다 효과적으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도움을 구하는 것이 현명하다.

열등의식을 가진 아이들은 대체로 학교 성적이 떨어지고, 이해력이 부족하고, 산만하다는 주변의 평가를 듣거나 난폭한 행동을 보인다. 이러한 특성은 대다수의 학부모들이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문제 중 하나이다. 이는 부모의 관심과 아이의 관심분야가 전혀 다른 데서 빚어진다. 아이의 관심은 자기가 좋아하는 감정에서 생겨나지만, 가정에서나 학교에서 이런 감정을 받아주거나 관심을 가져 주지 않으면 열등의식이 생기게 된다.
태권도나 피아노, 영어와 수학 등을 막론하고,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것 대신 부모가 정해 주는 대로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게 되면 스스로 아무런 선택의 여지를 가질 수 없기 때문에 결국 2~3개월 하고선 중간에 그만둘 수밖에 없다. 흥미를 느끼지 못하니 재미가 없고 재미가 없으니 꾸준히 할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부모들은 아이가 지속적으로 취미활동을 하거나 공부를 하지 못한다고 야단이다. 집중력을 키워주기 위해 바둑이나 서예, 미술 등을 시켜보기도 하지만 별반 사정은 나아지지 않는다. 자신감을 키워 주기 위해 축구를 비롯해서 태권도, 웅변 등 온갖 것을 시켜 보지만, 몇 개월이 지나지 않아 아이들은 오히려 더 힘들어 하거나 재미없어 하고, 그러면 부모들은 또 다른 종목으로 바꾸어 버린다. 물론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계속 시키는 것보다는 나을지 모르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자기는 무엇이든 한 가지라도 꾸준히, 제대로 할 줄 아는 것이 없다고 시인하고 패배의식에 빠져들기 마련이다.
요즘 들어 부모의 지나친 욕심 때문에 아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것들을 가르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이 경우 성취효과도 떨어지지만 아이들이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아 도저히 극복할 수없는 한계에 도달하기 쉽다. 최근에 만난 어느 부모는 태권도를 비롯하여 다양한 것들을 시켜 보았지만, 아이가 오히려 자신감이 상실되고 또래 아이들과 사귀는 것을 싫어하고 더 위축되어 간다고 호소했다. “이 아이에게 어떤 운동을 시켰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대해 필자는 “지금 이 상태에서 다른 운동을 시키면 시킬수록 아이가 더 힘들어하고 자신감이 없어질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필자는 우선 아이가 그렇게 된 원인을 찾기 위해 아이의 성장과정을 물어보았다. 그 결과 아버지의 양육방법에 문제가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선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함을 이해시킬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 무엇인가를 가르치려면 보충 학습활동 하나부터 아이의 요청에 의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한번 약속하고 선택한 것은 최소한 목표를 이룰 때까지, 어렵고 힘든 상황이 생겨도 결코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릴 때부터 아이 스스로 최소한 부모와의 약속을 지켰다거나 소정의 기간에 소기의 목표를 달성했다고 하는 자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목표를 달성한 후에는 반드시 칭찬과 격려를 통해 자기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줌으로써 또 다른 계획을 세우고 새롭게 도전을 시도해 볼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한두 차례 이런 성취감을 맛보게 되면 아이들은 다음 단계의 목표를 세우고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를 나름대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된다. 이렇게 적절한 시기에 부모가 개입하고 아이 중심의 학습을 실시하면 열등의식이 사라지고 적극적인 활동을 전개할 수 있다.

부모가 먼저 성숙해야
부모와 자녀 사이에 갈등이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몰라 동분서주하는 부모들을 보면 안타깝기 이를 데 없다. 아이들은 부모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도 못 본 척하거나, 못 들은 척하며 무감각해지기 십상이다.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거나 심지어 부모의 그런 모습을 지켜보며 그 자체를 즐기는 아이도 있다. 감정의 교감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아이들과의 관계가 점점 악화될 수밖에 없다. 부모의 감정을 조정하다시피하며 어떤 부모는 아이 손에 의해 끌려다니는 로봇처럼 생활하면서까지 기분을 맞춰준다. 이러한 경우는 부모의 기능과 역할 자체를 상실한 것으로 한 사람의 부모로서 피해를 입는 것보다 더 많은 주변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아이의 성장을 돕기 위해 잘못 시도한 아이 중심의 생활이 결국은 가족이 붕괴되는 폐해를 초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들을 자신의 열등감을 채워주는 존재로 여기고, 아이에게 온갖 기대를 걸며, 자신의 삶을 팽개치고서라도 이를 실현하기 위해 애쓴다. 그러나 이것은 아이들을 위한 행동이 아닐뿐더러 오히려 독립심이 부족하거나 열등의식에 사로잡힌 인간으로 만들기 쉽다. 성숙한 부모는 아이들에 대해 특별한 기대감을 갖거나 자녀를 자신의 수고에 대한 보상물로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자족하는 가운데 아이들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해 가며 성장하고 성숙해 가는 것을 기뻐한다. 아이들이 진정 만족스러운 삶을 살기를 바란다면 부모가 먼저 성숙해야 한다. 아이들은 부모양친의 상호 갈등과 공격적인 관계를 눈치 채게 될 때, 무의식적으로 공격성이 강해지고, 불안과 걱정, 심리적 불안정을 호소한다. 공격적이고 반사회적인 아이의 극단적인 원인은 부부가 서로 폭행하고 싸움이 잦은 환경 속에 자란 아이일수록 이때부터 인간적인 관계의 적대적 감정과 증오심을 갖도록 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일반적으로 어린이의 성격형성이나 정서적인 발달은 아버지보다 어머니의 감수성이 모든 발달의 원천이다. 얼마나 정서적으로 안정된 분위기를 유지하며 성숙한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아이의 성장발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즉 한참 어머니의 사랑을 받아야 할 시기에 어머니와 오랫동안 떨어져있다고 한다면 애정이 결핍되어 신경이 예민하고 신경증적인 현상까지 보일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극성스럽게 애착을 보여도 마찬가지이다. 아이의 독특한 성격, 습관, 재주 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이마다 새로운 문제에 부딪히게 되고 사랑과 통제를 어떻게 잘 조화시키느냐가 가장 중요한 근본적인 양육 태도이다.
부모의 의식자체가 무의식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건전하고 헌신적인 부모의 모습으로 아이를 양육할 때 아버지와 어머니의 개인적인 만족은 아이에게도 긍정적인 사랑과 자신감을 심어주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 자녀에게 아버지는 정신적 지주로서 밝고 자애로운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일찍부터 아이가 아버지를 좋아하고 따르게 되면 나중에 욕구불만이나 고집 등의 사춘기적 심리적 문제를 호소할 때에도 자신 스스로가 아버지의 애정으로 쉽게 적응하며 그 단계를 자연스럽게 넘길 수 있다. 정상적인 모성애와 부성애, 부부관계의 애정적 성숙이 조화롭게 뒷받침될 때 자신의 능력이상으로 아이들에게 그대로 전가되기 때문이다.

 

 

자료원: 가정과 상담(2008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