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건강검진을 하는 이유

 

건강검진 결과를 듣기 위해 상담실에 들어서는 수검자(受檢者)를 보면 똑같은 분이 하나도 없음을 느끼게 됩니다.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한 분들로부터 자연스러운 자세를 가진 분들까지 말입니다. 물론 찡그린 몸짓이나 웃음 띤 얼굴을 가끔씩 만나기도 합니다. 그분들의 속내는 겉모양새만큼이나 무척 다양하리라 생각합니다. 검진을 받는 이유에 따라 무리해서 줄을 세워보자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건강보험공단에서 꼭 하라고 하니 마지못해 하는 분, 자신의 건강상태에 대해 막연한 궁금증을 해결하고자 하는 분, 질병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구체적 방안까지 가지고 오는 분…….

 

그 이유야 어찌되었든 금쪽같은 시간을 내어 건강검진을 받았다는 것은 정말이지 잘한 선택입니다. 아무리 시간을 금과 같이 여기고자 할지라도 몸져누운 다음에는 이전에 검진을 위해 할애하지 못한 그 시간이 금보다 몇 배의 아쉬움으로 다가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모르기는 몰라도 건강검진 결과지를 받아보는 수검자들의 반응에 있어서도 정말이지 각양각색일겁니다. 아마도 다양한 기대치와 각각 다른 결과치가 만났기 때문 일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두려움이 현실로 드러나는 분들도 있습니다. 빠른 시간 안에 의료적 조치가 필요한 경우에 해당됩니다. 발상의 전환을 좀 하자면 감사할 일입니다. 무엇이든 잃고 난 다음에는 그것의 소중함과 감사함을 뼛속깊이 깨닫기 마련이지요. 이제는 일상의 사소함과 지나쳤던 사람들에게도 감사할 줄 아는 겸손을 배우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 위에 둘도 없는 건강의 소중함을 건강하게 돌보게 되는 실천을 얻게 되었으니 감사한 일입니다. 원치 않던 질병을 통해 원하던 건강을 지킬 수 있게 된 셈입니다. 가족의 사랑을 더 깊이 알게 된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이겠지요.

 

혹시나하는 궁금증이 역시나라는 대수롭지 않은 이상으로 해결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감사할 일입니다. ‘이럴 수가!’ 와 같은 큰 문제가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건강을 찾아가는 길이 멀리에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바로 지금 시점이 중요합니다. 자만하면 질병을 향해 한 발짝 가까이 가는 것이고 겸허하면 건강을 향해 달려가는 셈이기에 말입니다. 등 떠밀리는 기분으로 검진을 한 분들은 특별한 이상결과가 나오지 않은 경우 거봐라, 내가 이걸 왜 해야 하는데하며 마음속으로 삿대질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알다시피 이는 감사해야 할 일입니다. 건강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지 않았는데도 특별히 문제가 없었으니 말입니다. ‘타의 반으로 매년마다 하면 되는 일입니다.

어찌되었든 건강검진의 가장 큰 목적지는 건강한 삶을 누리는 것입니다. 초기에 발견해서 빨리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목적지에 이르는 신작로라고 사람들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건강한 삶이라는 목적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좁은 길을 걸어야 한다는 사실을 얼마나 많은 분들이 알고 있을는지 궁금합니다.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공평한 길임에도 불구하고 협착하고 거친 자갈길이어서 걷기를 꺼려한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이겠지만요.

그 길은 초기라는 인위적 아스팔트를 깔 필요가 없는 예방이라는 자연스러운 길입니다. 바로 평소에 건강한 생활 습관(규칙적 운동, 올바른 식이, 적절한 스트레스 해소)을 유지하는 것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진을 하는 이유는 좋은 생활습관을 사용하면 어떤 결과가 돌아오는지를 평가해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좋은 결과를 통해 자신에게 뿌듯한 기쁨이라는 상을 주는 것이 되겠지요. ‘두려움이라는 어두움의 속성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저 또한 수검자들과 이런 대화를 많이 나누고 싶습니다. 그것이 바로 중국 전국시대의 명의(名醫)인 편작(編鵲)이 말한 대의(大醫)가 되는 길이기에 말입니다.

 

 

김동열 박사

제주한라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과장

종합검진센터장